주요판례
합의서에 '일체 포기'라고 썼는데 후유증이 커졌다면? 합의 후 추가 배상 (대법원 99다42797)
교통사고 합의 뒤에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손해가 드러났다면, 합의서에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고 썼더라도 추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고, 알았다면 그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만큼 중대한 손해에는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 사건 개요
1992년 9월, 당시 20세였던 피해자가 화물차 사고로 심한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습니다.
첫 소송의 신체감정은 회복 가능성이 없고 남은 수명(여명)이 사고 때부터 약 5년이라고 봤고, 판결도 이를 전제로 손해를 계산했습니다.
판결 확정 직후 피해자 측은 가해 차량 보험사로부터 판결 금액을 일부 줄인 2억 700만 원을 받고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사고 4년여 뒤부터 의식을 회복했고, 예측된 여명을 넘겨 생존했습니다. 다시 감정한 결과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식사하고 걸을 수 있게 됐고, 여명은 종전 예측보다 약 38년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정신적 장해로 외출할 때는 다른 사람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합의의 원칙과 예외를 함께 밝혔습니다.
원칙: 일정 금액을 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뒤 손해가 더 생겨도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예외: 다음 경우에는 그 손해까지 포기했다고 볼 수 없어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판결 이유 중)
이 사건에서는 예측된 여명 이후의 생계비 상당 일실수입과 그 기간의 개호비(간병비)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손해라서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보험사의 상고는 기각됐고, 개호비 일부는 피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따지도록 돌려보냈습니다.
3. 청구 기한(소멸시효)은 언제부터인가요
보통은 다쳤을 때 손해를 안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후유증 등으로 사고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손해가 새로 생기거나 커졌다면, 그 사유가 드러난 때부터 그 부분의 3년 시효가 진행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봤습니다.
개호(간병)는 몸을 직접 돌보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장해로 감독·보호가 필요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봤습니다.
4. 이 판결이 알려주는 것
'일체 포기' 합의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습니다. 예외는 위 세 가지가 함께 인정될 때로 좁습니다.
그래서 합의 전에 후유장해가 어느 정도 남을지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 후 예상 밖의 후유증이 생겼다면 합의서, 당시 진단서·감정서, 이후 진료 기록을 모아 추가 청구가 가능한지 검토해 보세요.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손해배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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